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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춘추] 맹사성과 강호사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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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04일(금) 13:50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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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홍섭 / 서울 일신여중 교장·시인·아산 영인 출신 | ⓒ 온양신문 |
아산이 낳은 청백리 고불 맹사성(孟思誠·1360~1438)은 우리나라 문학사상 최초의 연시조인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를 남겼다.
그는 좌의정에까지 오른 세종 때의 명재상이었지만 겸손하고 청렴하여 지금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우러름을 받고 있다. 만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한가한 세월을 보내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르는 시조를 읊었다. 이 작품은 후대에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이이의 ‘고산구곡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럼 먼저 본문을 읽어보자.
〔춘사(春詞)〕
강호(江湖)에 봄이 드니 미친 흥(興)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濁醪溪邊)에 금린어(錦鱗魚)ㅣ 안주로다.
이 몸이 한가(閑暇)해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하사(夏詞)〕
강호(江湖)에 녀름이 드니 초당(草堂)에 일이 업다.
유신(有信)한 강파(江波)는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늘해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추사(秋詞)〕
강호(江湖)에 가을이 되니 고기마다 살져 잇다.
소정(小艇)에 그물 시러 흘리 띄여 더뎌 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해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동사(冬詞)〕
강호(江湖)에 겨월이 드니 눈 기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해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자연 만큼 정직한 벗은 없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사는 모습이 참으로 그지없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하면서 임금의 은혜를 잊지 않으니 정말 충직한 신하이다.
봄의 주흥(酒興), 여름의 납량(納凉), 가을의 고기잡이, 겨울의 설경(雪景)이 조화롭게 그려지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사대부로서의 절제된 생활과 충의(忠義) 정신이 반영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물욕(物慾)이 없이 살아가는 선비의 영혼이 유리알처럼 맑게 보인다.
이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목민자(牧民者)로서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작자 맹사성은 사람됨이 소탈하고 조용하며 엄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벼슬이 낮은 사람이 찾아와도 반드시 공복(公服)을 갖추고 대문 밖에 나아가 맞아들였다. 윗자리에 앉히고 돌아갈 때에는 공손하게 배웅하며 손님이 말을 탄 뒤에야 들어왔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는 조정에서 높은 자리에 있을 때에는 오로지 백성의 노고를 염려하였고, 조정에서 멀리 물러나 있을 때에도 임금의 과실을 우려하였다. 중국의 고전에 나오는 ‘선우후락(先憂後樂 ; 모름지기 정치가는 어려운 일에는 백성보다 먼저 근심하고, 좋은 일은 백성이 다 즐거워 한 연후에 기뻐한다)’ 하는 정치가로서의 철학을 몸소 실천한 분이다.
이제 머지않아 아산 지역에도 정치의 바람이 불어오게 될 것이다. 내년 봄에 있게 되는 총선을 향한 선량(選良)들이 하나씩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들이 과연 어떤 자세로 유권자를 섬기려 하는지 주민들은 꼼꼼히 감시해야 한다. 개인의 명리(名利)를 좇아 행동하는 사람인가 공복(公僕)으로서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온양에 내려오면서 배방읍 중리에 있는 맹사성 고택을 잠시 둘러보았다. 눈 속에 묻힌 행단(杏壇)의 전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고요하다. 600년 된 은행나무의 정정(亭亭)은 청백리의 기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위정가는 어떠한 사람일까. 고불(古佛) 선생을 닮은 아산의 정객(政客)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발길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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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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